매머드·털코뿔소 멸종 원인은 인간? 기후변화?

작성자 : 미리내    작성일시 : 작성일2015-09-17 14:03:13    조회 : 802회    댓글: 0

국제 공동연구진, 대형동물 6종 DNA 분석
종별로 멸종 원인 차이 "수렵·기후 동시 작용"

얼마 전 지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됐으며, 인간이 주범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멸종은 전체 생물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격변이다. 지구에 동물이 출현하기 시작한 5억 4,000만 년 전 이후 총 다섯 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다섯 번째 대멸종은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혜성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 1만~5만년 전 빙하기 때는 지금은 멸종한 매머드(오른쪽)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야생마(가운데), 사향소(왼쪽) 등 대형 포유동물이 전 세계 곳곳에 살았다. 코펜하겐대 제공

재미있는 사실은 다섯 번째 대멸종 이후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널리 분포하기 시작한 구석기 시대에도 대규모 멸종이 있었다는 점이다.

약 1만~5만 년 전 빙하기였던 이 시기에 아시아와 유럽에 살던 대형동물의 수가 36%, 북미 지역에선 72% 줄었다. 대멸종만큼은 아니지만 매머드, 털코뿔소 등 많은 동물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선 지난 수십 년간 의견이 분분했다. 한 쪽에선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벌인 수렵활동으로 대형 포유동물이 멸종했다고 주장했다. 호주 연구진은 2009년 과학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키가 2m인 대형 캥거루가 호주 지역에 정착한 인간의 사냥으로 멸종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대형 캥거루의 이빨 화석을 분석해 이들이 주식으로 삼았던 식물을 찾아냈다. 이 식물은 당시 진행되던 온난화에도 잘 적응했기 때문에 대형 캥거루가 환경변화가 아닌 수렵활동 때문에 사라졌음을 뒷받침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빙하기 말 지구의 평균 기온이 5~8도 오르면서 서식지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고 한다. 미국 알래스카대 연구진은 그 근거로 2006년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인간이 북미 대륙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매머드와 야생마의 개체 수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인간과 기후변화 모두가 원인

그러나 덴마크, 미국, 러시아, 중국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인간의 수렵활동과 지구온난화 중 한 가지만으로 빙하기에 일어난 대규모 멸종을 설명할 수 없다"며 새로운 연구 결과를 <네이처> 3일자에 발표했다. 이들은 당시 대규모 멸종은 종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렵과 온난화, 하나에만 영향 받은 종이 있는가 하면 두 가지 영향을 다 받은 종도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당시를 대표하는 대형동물 6종(매머드, 털코뿔소, 야생마, 순록, 들소, 사향소)을 선정한 뒤 전 세계에서 채집한 수백 점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DNA 간의 차이가 클수록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해 무리의 수가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얻은 동물의 분포도를 인류가 이동한 경로, 당시 기온의 변화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빙하기 말기까지 번성했던 털코뿔소와 사향소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걸로 나타났다. 3만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곳곳에 살았던 털코뿔소는 6,000년 전 멸종했다. 반면 야생말과 들소, 순록은 기후변화와 수렵 모두의 영향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은 "당시 10종이 넘는 대형 포유동물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인간이 사냥하지 않은 종도 사라졌다"며 "인간의 수렵활동과 기후변화, 두 가지 모두를 원인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매머드의 멸종 원인을 정확히 밝히진 못했다. 발굴된 매머드 화석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다. 다만 연구진은 "매머드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으로 넘어온 인간과 마주친 뒤에도 1만년 넘게 번성했는데, 2만 년 전부터는 유전적 다양성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어떤 영향을 받아 개체 수가 줄었다는 얘기다. 임 학예연구관은 "당시는 인구 수가 늘면서 식량이 더 많이 필요해 인간이 활발하게 사냥에 나섰다"며 "기후변화로 서식환경이 변하면서 먹이인 풀을 찾아 자주 이동하는 매머드는 좋은 사냥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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