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0-03-12 20:40:38    조회 : 169회    댓글: 0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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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어제로 50일이 지났다. 국내 확진자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은 결국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갈 거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전염병의 발생과 방역은 전문가의 식견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비전문가인 내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전염병이 의학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의 사회적 코드로 지난 50일을 돌아보고자 한다.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

첫째,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사회학.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위험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생생히 증거한다.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도시화, 동물과의 교류 증가, 세계화 등으로 인해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 폭풍’ 시대에 들어서 있다고 분석한다. 21세기를 돌아봐도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져 왔다. 2020년대에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언제든 폭풍처럼 밀려올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활짝 열려 있다. 세계화된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인류는 이미 진입해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 코로나19 사태의 사회심리학. 코로나19 사태는 앞선 전염병 사례들과 비교할 때 공포가 더욱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울리히 벡이 강조하듯, 위험사회가 강화되면 될수록 안전에 대한 의식과 열망은 더 높아진다. 또 개인에 따라 안전 감수성과 이와 연관된 공포 체감 지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더하여, SNS 등 사회적 네트워크들은 수많은 정보 공유를 통해 공포를 외려 배가시키기도 한다. 위험사회가 정보사회의 진전과 결합해 ‘공포사회’로 진화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 코로나19 사태의 언론학. 위험사회의 계몽에 대해선 언론과 지식인을 포괄한 공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대처에 다양한 비판이 가능하지만, 전염병은 기본적으로 탈정치적 이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지난 50일 동안 코로나19 사태의 공론장은 양극화돼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양극화된 정치와 양극화된 공론장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나친 비난과 옹호라는 이 양극화된 공론장에 국민들은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 놓여 있을 것이다. 

넷째, 코로나19 사태의 경제학. 코로나19 사태가 지구적 현상으로 전환되면서 ‘경제적 공포’를 강화시키고 있다. 유가와 주가의 급락이 진행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고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갈 최악의 경우 미국·유럽·일본 모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당장 우리 사회의 경우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항공·여행업계, 저소득층은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추경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세계경제로부터 오는 충격을 어떻게 완충할 것인지의 중대한 과제에 당면해 있다. 

다섯째, 코로나19 사태의 정치학. 결국 이 모든 문제들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와 지자체다. 지난 50일 동안 질병관리본부를 위시해 우리 정부가 방역과 대처에 최선을 다해 왔음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기찮은 마스크 대란과 입국 제한 국가들의 증가 등 문제가 없지 않다. 특히 마스크 수급을 미리 대비하지 않은 것은 적지 않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줬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현재의 과제는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전국적 지역감염의 제3차 피크를 예의 주시면서 방역과 안전 그리고 약자 보호에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하나는 지난 50일 동안 일상화된 공포 속에서 발견한 희망이다. 내게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대구를 찾아간 자원봉사 의료진과 이들에게 속옷, 양말, 도시락을 전달한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야시장 상인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산과 진천의 성숙한 시민의식, 광주 ‘달빛연대’의 손길, 마스크 양보운동의 전개 등은 위험사회에 맞선 관심과 배려와 연대의 공동체의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다른 하나는 ‘팬데믹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의 성찰이다. 앞으로 바이러스는 더욱 진화하고 팬데믹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묵시론적 미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과학 및 공공의료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투자, 정부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공론장의 탈정치적인 성숙한 태도라고 나는 믿는다. 코로나 광풍이 어서 빨리 멈춰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102053005&code=990100#csidx24d691d25ebd351832eadfe1397301a onebyone.gif?action_id=24d691d25ebd351832eadfe139730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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