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스 세계총회] 디지털 미디어 시대, 이웃과 환경 위한 ‘공동체성’ 중요 사흘간 이어진 주제토론과 포럼의 주요 내용 Ho…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22-08-25 21:17:49    조회 : 133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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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국제회의장에서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가 열리고 있다. 제1주제토론 발표자와 참가자들이 나탸사 고베카(교황청 홍보부) 박사의 발표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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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이 16일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에 참가한 각 분야의 전문가와 언론인, 활동가들은 16~18일 서강대학교에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 가짜 뉴스의 위험성, 환경 문제를 두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하며 앞으로의 전망과 대안을 제시했다. 국제 언론인 포럼과 국제 청년 포럼은 디지털 세상의 평화에 관한 논의를 확장해 나간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치열한 고민이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흘간 이어진 주제토론과 포럼의 주요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주제토론과 포럼은 cpbc 유튜브 채널(cpbcTV가톨릭콘텐츠의모든것)을 통해서도 다시 볼 수 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초연결 시대에 고립된 개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시대에선 시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로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 공간만이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도 또 다른 삶이 이뤄지고 있다. 가히 초연결(Hyper Connected)시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단절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16일 제1주제토론에서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현대적인 것”이라는 데 공감하며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는 타인을 향한 관심, 돌봄, 배려, 상호이해 등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은 “온 세상이 이토록 연결돼 있지만, 우리는 철저히 혼자였다”면서 “기술만으로 우리의 삶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으며, 사람들은 진실된 관계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루피니 장관은 “초연결 시대의 모순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한계 저 너머(beyond)에 계시는 하느님께로 우리의 눈과 귀를 열기를 당부했다.

교황청 홍보부 사무국장 나타샤 고베카 박사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으로서 영적 모습을 회복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가톨릭교회와 언론인들은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약속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발전을 통한 새로운 발견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며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새로운 것을 이루시도록 하는 것이 목표임을 일깨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해졌고, 이에 따른 정보 격차, 디지털 불평등 문제도 악화됐다. 안토니 러 덕(태국, 말씀의 선교 수도회) 신부는 “IT 기술 발달이 오히려 경제적 단절을 불러일으켰다”며 불평등이 심화된 현실을 지적했다. 더불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피상적 관계를 경고하며 가톨릭교회가 기술을 활용하되 본질에 집중하는 디지털 리더십 발휘를 당부했다.

파올로 그라나타(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미디어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이자 전체이고, 우리가 사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은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하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전달하는 이들의 책임과 역할을 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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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국제 언론인 포럼에 참가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짜 뉴스와 신뢰의 위기

언론인들이 모인 만큼 가짜 뉴스를 주제로 한 논의의 열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16일 마련된 국제 언론인 포럼에 이어 17일 열린 주제토론에서도 참석자들은 가짜 뉴스의 폐해와 선동의 도구로 이용되는 미디어의 문제를 토로하며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했다. 드미트리 무라토프(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 기자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러시아에서 국가주도로 벌어지는 언론의 선전활동을 비판했다.

특별히 제2주제토론에선 군사정권에 맞서며 평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있는 미얀마 현실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미얀마에서 온 한 수녀는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언론을 통제하고 허위 정보를 배포해 혐오와 갈등,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성당에서 운영하는 진료소에 군인들이 쳐들어와 문을 닫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미얀마 공영방송 뉴스에선 성당 진료소에서 봉사하는 간호사와 의사들이 테러리스트가 돼 있더군요. 가짜 뉴스는 신뢰를 무너지게 하고, 인도적 지원과 활동마저도 중단되게 만듭니다.” 그는 “가짜 뉴스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일상 활동과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서 “결국 가짜 뉴스의 가장 피해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론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소외된 이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진실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민수(서울대교구) 신부는 “불신이 만연한 사회에서 공동선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사회적 신뢰를 주는 교회야말로 ‘사회적 신뢰의 저장소’”라면서 신뢰 회복의 대안으로서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토론 참가자들은 정보의 진위를 식별하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제이미 캐릴(칠레) 교수는 “가짜뉴스 플랫폼은 사람을 무시하고 배타적인 언어를 사용해 대중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면서 “허위 정보에 대응하며 비판적인 독해에 대한 교육을 위해 미디어 기관과 교육 기관,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시민들이 양질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와 다양성 존중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시민단체와 종교단체의 협력이 필요한데 시그니스가 평화를 구축하는 글로벌 미디어의 핵심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다.



우리 삶의 터전, 지구 지키기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는 이제 어느 자리에서든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참석자들은 총회 마지막 날인 18일 지구를 지키기 위한 미디어 활용과 디지털 기술의 역할을 살펴봤다.

신시아 모에로베다(미국 태평양 루터 신학대) 교수는 ‘공평한 생태사회 구축, 기후 위기 속 희망과 이웃 사랑’을 기조강연의 핵심 주제로 이야기하며 “공동의 지혜와 영적인 힘을 모으는 노력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최악의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에로베다 교수는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행동하기 위해선 개인과 가정의 노력, 정부의 사회적 책임, 전 인류의 의식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언론가와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언론인들이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활용해 사람들이 생활 방식을 바꾸고 극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도록 끊임없이 일깨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표자들은 환경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활동 경험을 나눴다. UN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을 지낸 정래권 박사는 “공기와 물과 같은 자연환경을 더는 대가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가 소비하는 것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란지 디디에고(아르헨티나) 기자는 시그니스 주관으로 각 대륙 젊은 언론인 9명이 참여한 디지털 환경 프로젝트 ‘언폴드 네스트’(Unfold Nest)를 소개했다. 디디에고 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많은 영감이 들어있다”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서로 연결된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삶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경 PD는 SNS를 타고 급속도로 번진 플로깅 활동을 예로 들며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디지털이 나아갈 방향이다. 디지털 기술이 환경을 보호하는 다양한 사례를 찾아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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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 기자가 17일 비대면으로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드미트리 무라토프 기자의 기조강연은 사전에 녹화된 영상이다.



국제 언론인 포럼- 누구나 1인 미디어 여는 세상이지만 전문 언론인의 ‘사실 확인’ 대체 불가


“오늘날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보도란 책임질 수 있고 법적 책임도 질 수 있는 언론인이 해야 합니다. 전문 언론인은 모든 정보의 사실을 확인하면서, 확인한 정보에 관해 모든 책임을 집니다. 이러한 면에서 시민 기자는 전문 언론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언론의 명성과 기준은 변치 않은 요소입니다.”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러시아) 기자는 비대면으로 마련된 특별대담에서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위한 언론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총회 개막날인 16일 오후 일정으로 진행된 국제 언론인 포럼에선 무라토프 기자와의 대담에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됐다. 드미트리 기자는 러시아에서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를 창간하고 탄압과 부패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지켜 온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언론은 피트니스 센터나 요가 치료소가 아닌 독재 정권을 향한 쓴 약”이라며 “인류는 진실을 아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국가가 선전 선동의 도구로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며 “언론은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마치 벌이 날아다니면서 꿀을 모으듯이 ‘좋아요’를 받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성을 마비시키는 선전은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인의 전문성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들은 기술 발전이 언론의 신뢰를 저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기술 발전의 긍정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미디어 기술이 정보를 더욱 철저히 검증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종군기자로 활동한 잭 바튼 기자는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익사할 정도로 많지만, 사람들은 지식에 굶주리고 있다”면서 “방대한 정보가 AI 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편향적으로 제공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는 이런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지만, 반대로 미디어가 확인과 검증의 과정을 거치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지역 탐사보도 전문가인 김영미 PD는 분쟁지역 취재 경험을 공유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을 취재하며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그는 “전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언론과 세계의 무관심 때문이다. 침묵하면 전쟁은 계속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PD는 “어느 때보다 인간은 디지털 미디어라는 훌륭한 도구를 가지고 있고, 미얀마와 시리아 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미디어를 평화의 도구로 사용해 전쟁지역에서 벌어지는 희생과 아픔에 공감한다면 저널리즘이 세계 평화에 많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부장은 ‘사실(fact)’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며 “사실이 없으면 저널리즘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또 “사실 확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영향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쟁에 휘말리지 않는 언론의 독립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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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은(성균관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국제 청년 포럼- 뉴미디어 신앙생활 통해 복음 커뮤니케이터로 성장

디지털 시대 평화를 이끌어 갈 청년들은 ‘디지털 시대 뉴미디어와 신앙생활’이라는 주제로 17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뉴미디어를 활용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청년의 시각에서 제시했다. 정성은(성균관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사진>는 기조 강연에서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지를 강연하며 “20년간 소통과 설득에 관해 공부하면서 성경이 전하는 소통의 지혜가 현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설득학이 제시하는 지식의 근본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청년들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공감과 사랑을 실천해 예수님을 삶으로 전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기를 기대했다.

라이카 라킨다눔(필리핀,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재단 디지털 미디어 프로덕션)씨는 “청년이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마리아 빅토리아 라 테르자(이탈리아)씨는 라디오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나누며 “마음의 귀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공감과 연민, 평화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팀은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진이 1년 넘게 ‘한류, 소셜 미디어, 그리고 교회’를 주제로 공동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장지혜ㆍ김상수씨는 한국 가톨릭 미디어의 활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면 모두가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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