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새 문헌 "경제와 금융문제"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시 : 작성일2018-08-07 19:21:17    조회 : 150회    댓글: 0


한국어로 번역된 교황청 새 문헌 「경제와 금융 문제」 내용은…

부의 불평등 바로잡는 윤리 원칙 필요

가상 화폐, 고리대금업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 불이익
 모든 이들 경제활동 보호, 시장경제 규제 강화 시급


발행일2018-08-05 [제3106호, 3면]

 

 


교황청의 신앙교리성과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가 서로 협력해 지난 5월 17일 공동문헌 「경제와 금융 문제」(Oeconomicae et Pecuniariae Quaestiones)를 발표했다. ‘현 경제-금융 체계의 일부 측면에 관한 윤리적 식별’이라는 부제 그대로 이 문헌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 금융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고, 교회 가르침에 따라 몇 가지 고려 사항과 설명들을 제시한다. 특히 문헌은 비록 경제·금융 체계가 거대하다 해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면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주교회의를 통해 한국어로 공개된 이 문헌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경제에도 윤리가 필요

4개의 장, 총 34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문헌은 “경제 매커니즘 자체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참된 인간관계를 통해 실현되는 ‘행복’을 보장하는 분명한 윤리적 토대가 필요하다”(1항)면서 시작한다. 문헌은 “인간의 모든 실재와 행동은 올바른 윤리의 지평 안에서 이뤄질 때, 곧 인간 존엄을 존중하고 공동선을 지향할 때 긍정적”(8항)이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 사회의 모든 제도, 특히 금융을 포함한 모든 단계의 시장에도 적용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경제도 “올바로 돌아가려면 인간 중심적인 윤리가 필요하다”(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회칙 「진리 안의 사랑」 45항 참조)고 밝힌다.


■ 불평등 문제

 문헌은 금융 산업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오늘날 실물 경제를 좌우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지배할 수 있는 불가피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금융 산업이 지니고 있기에, 이기주의와 권력 남용으로 공동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14항) 또한 일부 금융 수단의 상업화는 지식 부족이나 계약 상대방의 취약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 한국의 일부 은행에서 금융소비자에게 대출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소득과 담보를 누락하는 등 금리를 조작한 정황이 적발된 점도 이 지적에 적용되는 대표 사례다.

문헌은 ‘돈’ 그 자체는 좋은 수단이지만, 쉽게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어 가상 화폐를 악용한 ‘가상 재산의 투기적 거래’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매우 짧은 시간 만에 증권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고빈도 매매’를 예로 든다. 고리대금업과 같은 과도한 이자율 적용에 대해서도 “윤리적으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경제 체계에 해로운 거래가 된다”(16항)고 말한다. 문헌은 자기만의 이득을 위해 불평등을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분명히 한다.

문헌은 또 2007년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 론 대부업체가 파산하면서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율 수치 조작으로 금융 시장의 취약점을 드러낸 2012년 리보(LIBOR·은행 간 거래 금리) 금리 조작 파문, 대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 등을 예로 들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에 불이익을 주고, 더 많이 가진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불평등에 대해 적절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힌다.


■ 해결의 열쇠는 우리 손에

 문헌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의 자유와 보호를 동시에 보장하고, 특히 더욱 취약한 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상호교류를 이루도록 해 주는 적절한 시장 규제가 시급하다”(21항)고 밝힌다. 또한 모든 형태의 불공정과 불평등을 제거해 거래되는 모든 것에 완전한 투명성을 지지해야만 한다고 가르친다.

문헌은 특히 여러 문제들의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들이 우리 손 안에 있다고 말한다.(33항) 재화의 공급과 수요 덕분에 시장의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수요 형태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문헌은 “비판적이고 책임감 있는 소비와 저축의 실천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가 자명하다”며 “윤리적 시각으로 볼 때 가치 있는 여정에 봉사하는 재화들을 선택하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범한 소비를 통해 우리는 윤리를 드러낼 수 있고, 좋은 것과 나쁜 것 앞에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헌은 시장에서 “지갑으로 하는 투표”라며 “우리 모두의 실질적 행복에 도움을 주는 것을 찬성하고 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투표”(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회칙 「진리 안의 사랑」 66항 참조)라는 비판적이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신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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