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생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 해설] 4. 서론과 1장 ④

작성자 : 마태오    작성일시 : 작성일2015-07-16 18:11:11    조회 : 275회    댓글: 0

메르스가 우리 앞에 갑자기 등장했다. 사람들이 절절맸다. 대형 병원의 첨단 의료 기술이 있으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 국가의 일류 행정이 있으므로 안심해도 괜찮다는 데도 그리 절절맸다. 그러면서도 애써 태연했다. “고령의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위험하지!” 하면서…. 실제로 ‘기저 질환과 메르스가 만나면 치명’임을 보여주었다.

지나친 단순화겠지만, 회칙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령의 기저 질환’을 생각해보자. 신체적으로 면역력이 약한데다가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심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해도 제약은 또 얼마나 많은가.

회칙의 1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몇 가지 실재가 바로 이 ‘고령의 기저 질환’에 해당된다. ‘인생’에서 모든 ‘생’이 결합되어 있는 ‘생태계’(ecosystems)로 확장되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공동 재화인 ‘기후’를 ‘당’ 혹은 ‘혈압’이라 해보자. 우리 몸에 당과 혈압이 있어야 하듯이, 지구에도 기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과 혈압 수치에 이상이 생기면 어찌 되겠는가? 물론 몇 가지 조처를 할 것이다. 운동과 식이요법과 투약이 그것이겠다. 그런데 운동을 못 할 정도로 약한 사람은? 너무 가난해서 식이요법을 할 처지가 못 되면, 국민건강보험제도 같은 것도 없는데 너무 가난해서 병원을 찾을 형편이 못 된다면….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그냥 남의 딱한 처지에 불과한 일일까?

기후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너무 태연하다. 기후 변화는 ‘온난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그 온난화가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 회칙은 가정법의 문장으로 “지금의 이 추세대로 가면 비상한 기후 변화와 전례 없는 생태계의 파괴와 모두에게 미칠 심각한 결과들을 제대로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 인구의 1/4이 해안과 그 주변에 살고 있으며,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 지역에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해수면 상승이 극단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24항) 하고 걱정한다.

회칙은 그 심각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예상한다. “기후 변화가 가져올 최악의 충격은 아마도 다가올 수십 년 안에 개발도상 국가들이 겪을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 가운데 많은 이가 온난화와 관련된 현상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받는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 그들에게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거나 혹은 다른 자연 재난들과 맞설 수 있는 재정 활동이나 자원들이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약자’는 ‘사람’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에 동물과 식물들은 적응할 수 없으며, 그들은 (사라지거나) 이주할 수밖에 없고, 이는 차례로 사회적 약자의 생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25항).

이제 회칙은 예상하는 심각한 상황이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다. 마치 메르스의 증세인 고열이 있는데 바라보기만 하는 형국이다. “환경의 타락으로 악화된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이주한 사람들이 수가 비극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 슬프게도 그 같은 고통에 대부분 무관심합니다.” 그 무관심은 무책임이다. 최근 수십 년의 온난화의 원인은 “사람들의 활동 결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고도 집중”(22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민사회의 토대인 “사람에 대한 책임감”(25항)을 잃어버린 표지다.

기후 변화와 온난화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지난 2세기 동안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토대로 지속시켜온 인류의 발전 모델이 가져온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그 증세가 ‘병의 증세’여서 문제다. 메르스 정도가 아니다. 행성 전체에, 인류 전체에 그것도 미래 세대까지, 사람만이 아니라 창조질서와 모든 살아 있는 피조물에게 심각한 ‘악영향’으로 나타나는 증세다.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다. 시급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마치 지구가 고령의 기저 질환 상태로 치닫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지구가 겪는 고통, 사람이 겪는 고통, 피조물이 겪는 고통, 사회가 겪는 고통은 견디기 어려운 고열의 증세가 될 것이며, 그 증세에 대해 회피와 외면, 무관심과 무책임을 초래하는 그런 ‘발전 모델’은 바이러스쯤 되겠다. 회칙은 지금의 발전 모델을 재검토(정밀검사)하자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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