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생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 해설] 5. 서론과 1장 ⑤

작성자 : 마태오    작성일시 : 작성일2015-07-26 00:47:47    조회 : 295회    댓글: 0

중병, ‘지난 200년 성장과 발전모델’ 증세, ‘사람의 삶의 질의 저하와 사회의 고장’

 

지난 호에서는 ‘기후 변화’라는 ‘증세’를 예로 들었다. 증세의 그 악화 속도가 너무 심상치 않아 하루라도 빨리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교황은 호소한다. 이때 그나마 다행인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의 어느 한 부위에서만 한 가지 증세가 나타나고, 그 부위에만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다. 물론 ‘형편이 허락한다면’이란 전제 조건이 있지만, 해당 전문의를 찾아가 응급 정밀검사하고 원인을 찾아 진료하면 된다. 그런데 만일 그 증세가 곳곳에서, 즉 자연에서, 사람에게서, 사회에서, 그리고 전 지구 차원에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을 우리는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회칙의 1장은 그 ‘증후군’(상황)을 ‘신선한 분석’(17항 참조)으로 소개한다.

회칙은 ‘오염과 기후 변화’(20~26항) 문제뿐만 아니라, ‘물과 관련된 논쟁점’(27~31항)과 ‘생물 다양성의 상실’(32~42항) 문제도 함께 다룸으로써, 하늘과 땅과 물에서 급속도로 악화되는 각각의 증세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아! 교황이 환경 전체에 관한 회칙을 냈구나! 교황이 자연 보호를 호소했구나! 그러니까 앞으로 환경 보호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군!”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는 회칙을 불편하게 여기며 일부러(?) 여기까지만 읽고 싶어 할 것이다. 아마 ‘과학기술-경제 패러다임’을 맹신하여, “윤리적 고려들이나 근본적 변화”를 배제하고 “새로운 과학 기술을 적용”하면, 환경 문제쯤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60항 참조). 그러나 회칙은 이런 태도를 “투기와 금융소득 추구를 우선하려는 현재의 전 지구적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경제 권력’의 시도라고 단호하게 거부한다(56항). 이 경제 권력의 눈에는 자연도, 사람도, 사회도, 하다못해 ‘지구와 우주’도 시장의 규칙에 따라야 할 ‘상품’으로만 보일 것이다.

회칙은 ‘사람의 삶의 질의 저하와 사회의 고장’(43~47항)을 심각한 ‘증세’로 제시한다.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며 명백하다. 사람도 이 세상에 있는 피조물로서 생명과 행복의 권리를 누려야 할 존엄한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칙은 “환경의 악화와 지금의 발전 모델과 내다 버리는 문화가 사람들의 생활에 미친 결과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43항)고 밝힌다.

회칙은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살기에 건강하지 않은 도시’ 환경과 ‘도시의 불균형 성장과 무분별 성장’이 그것이다. 도시 시민들은 “시멘트와 아스팔트와 유리와 금속 속에 갇혀…자연과의 물리적 접촉을 박탈당한다”(44항). 사실은 그것만이 아니다. 도시 비대화에 따르는 문제들은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대중교통만 예로 들어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 있다. 정원과 정원 초과, 만원과 혼잡과 콩나물시루는 점잖은 표현이다. ‘지옥철’이라는 끔찍함을 드러내는 표현도 있다.

다음은 우리도 ‘사회의 고장’을 금세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도시와 비도시에서, 특정 공간의 사유화로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은 제한됩니다. … 이른바 도시의 ‘보다 더 안전한’ 지역에서는 정성 들여 아름답게 가꾼 녹색 지대가 있습니다만, 사회가 버릴 수 있는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 즉 좀 더 많이 감춰진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흔한 일입니다”(45항).

우리의 경우, 같은 도시라도 치안부터 교육과 사회복지 급여와 심지어는 도로 청결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불균형과 불평등은 거주 지역의 ‘땅값’에 비례한다. 범위를 넓혀, 도시 시민의 쾌적함을 위하여 비도시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의 비윤리적 핵에너지 정책도 ‘사회의 고장’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지난 200년의 성장이 언제나 통합적 발전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표지들입니다. 그 가운데 몇몇 표지들은 실제 사회적 쇠락, 즉 통합의 유대들과 사회적 결합의 유대들이 조용하게 파열하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합니다”(46항).

회칙은 자연환경의 타락뿐만 아니라 인간 환경과 사회 환경의 타락을 ‘증후군’으로 제시하며, 지난 200년의 성장과 발전 모델을 중한 ‘병’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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