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감] / 김사인

작성자 : 헬레나08    작성일시 : 작성일2015-12-23 15:26:07    조회 : 751회    댓글: 4
상 받는 소감 써내라고
득달같이 독촉오고,
아무생각도 나지는 않고,
오만 감회가 지나가고,
허, 이거 참, 큰일인데,
기분은 점점 쑥스럽고 얄궃어지고,
그런 끝에 끄적거려 보기를,
이 상을 어떻게 받나
앞으로 받나 뒤로 받나
덥석 받나 빼며 받나
서서 받나 앉아서 받나
엎어져 받나 자빠져 받나
엉금엉금 기어가서 받나
떼구르르 굴러가서 받나
눈 꾹 감고 받나 눈 딱 부릅뜨고 받나
내려 깔고 받나 옆으로 흘기며 받나
얼씨구나 받나 섧디섧게 받나
쩔쩔 매며 받나 시큰둥하게 받나
더질더질 해본다.
 

댓글목록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김사인 시인께서 반 세기의 전통과 권위의 현대문학이
제정한 [현대문학상]을 받고 쓴 풍자 가득한 수상소감 입니다.

작성자: 미리내님     작성일시:

김사인 - 중과부적(衆寡不敵)

조카 학비 몇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요금 내고
은행카드 대출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자루, 펜은 한자루…… 중과부적!’*

이라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미확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면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마루야마 노보루 『루쉰』에서 빌려옴.

[출처] 어린 당나귀 곁에서

작성자: 헬레나08님     작성일시:

'중과부적'을 보는 순간... 김사인 시인의 詩는
다른 사람의 삶이나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연소함으로써 독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중과부적' 한음절 한음절 공들여 베껴야겠습니다.

작성자: 헬레나08댓글의 댓글     작성일시:

해피한 성탄 보내셨죠~
내일부터 많이 추워진대요
감기조심하시어요~~^^